배신당한 기분, 내 몸이 이상하다
"약을 먹고 운동도 했는데 수치가 더 올랐다고요?"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의 모니터를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처음 LDL 310mg/dL 판정을 받고,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 10mg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치가 잘 잡히지 않아 20mg으로 용량을 두 배 늘렸죠.
그렇게 한 달 동안,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주 5일 헬스장에서 땀을 흘렸고, 식단도 조절했습니다. 당연히 수치가 뚝 떨어졌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받아든 성적표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LDL 317mg/dL.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7이 더 올랐습니다. 약을 두 배로 먹었는데도 말이죠. 이 글은 저처럼 '약발'이 잘 안 받는 가족성 고지혈증 환자의 좌절, 그리고 **'복합제(스타틴+에제티미브)'**로 전략을 바꾼 1일 차의 솔직한 기록입니다.
1. 가족성 고지혈증의 무서움: 생활 습관으로는 이길 수 없다
아토바스타틴 20mg은 결코 적은 용량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정도 약을 먹고 운동까지 병행하면 수치가 반토막이 나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수치가 오히려 올랐다는 사실은 한 가지 명확한 결론을 보여줍니다.
"이건 내가 뭘 잘못 먹어서 생긴 병이 아니다. 내 유전자가 콜레스테롤을 미친 듯이 만들어내고 있다."
의사 선생님은 제게 **'가족성 고지혈증'**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수용체 기능이 유전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단순히 스타틴 용량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억울했습니다. 술도 줄이고 치킨도 참았는데... 하지만 좌절만 하고 있을 순 없었습니다. 스타틴 단독 요법이 실패했다면, 다른 무기를 꺼내야 했으니까요.
2. 새로운 전략: 입구와 출구를 동시에 막아라 (에제티미브 추가)
의사 선생님은 아토바스타틴 용량을 무작정 40mg, 80mg로 늘리는 대신, **'약의 조합'**을 바꾸는 처방을 내려주셨습니다.
기존: 아토바스타틴 20mg (단독)
변경: 아토바스타틴 20mg + 에제티미브(Ezetimibe) 10mg
어제부터 이 새로운 조합의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에제티미브'가 뭐길래 추가된 걸까요?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스타틴(아토바스타틴): 간(공장)에서 콜레스테롤을 '못 만들게' 억제합니다.
에제티미브: 우리가 먹은 음식 속 콜레스테롤이 장에서 '흡수되지 못하게' 막습니다.
즉, 지금까지는 공장 가동만 멈추려 했다면, 이제는 **공장 문도 닫고(스타틴), 외부에서 들어오는 재료 반입도 차단(에제티미브)하는 '양동 작전'**을 쓰는 셈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두 가지를 같이 쓰면 LDL 수치를 훨씬 강력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3. 복합제 복용 1일 차, 다시 시작하는 희망
약을 바꿔 받아들고 집에 오는 길,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LDL 317이라는 숫자는 저를 조롱하는 것 같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내가 '스타틴 단독'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강력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했으니(약 용량을 늘려도 반응이 없었으니까요), 이제 맞는 약을 찾으면 됩니다.
어제 저녁, 새로운 약(아토바 20mg + 에제티미브 10mg)을 첫 복용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별다른 부작용은 없습니다. 보통 효과는 4주 뒤에나 혈액 검사로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한 달은 지난달보다 더 독하게 관리해볼 생각입니다. 약도 바꿨고, 운동 루틴도 잡혔으니 이번엔 317이라는 숫자를 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결론: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장기전의 시작)
혹시 저처럼 약을 먹는데도 수치가 안 떨어져서, 혹은 수치가 더 올라서 당황하신 분들이 계신가요?
자책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운동을 안 해서, 몰래 맛있는 걸 먹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우리 몸의 시스템이 남들보다 조금 더 고집이 셀 뿐입니다.
저처럼 약의 종류를 바꾸거나 조합을 달리하면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서 **'나에게 맞는 무기'**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시다. 한 달 뒤, 에제티미브를 추가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 블로그에 가장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부디 "성공했습니다!"라는 글을 쓸 수 있기를 응원해 주세요.
.png)
.jpg)
댓글
댓글 쓰기